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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칼럼

사회복지 × 창업 Insight Series ③ 왜 사회복지 문제는 시장에서 실패해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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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복지 문제는 시장에서 실패해 왔는가

대경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조형범 교수

사회복지 창업의 필요성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돌봄 공백, 정신건강 위기, 고령자 이동 문제, 지역 소멸과 같은 사회문제는 더 이상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민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이견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한 창업 모델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는 어쩌면 사회복지 문제가 ‘시장에 적합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시장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오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시장 실패 이전에 ‘설계 실패’가 있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세 가지 주체가 비교적 일치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 선택과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동일하거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 서비스는 조금 다릅니다. 이용자는 취약계층이지만, 비용은 공공 재정이나 제3자가 부담하고, 선택과 평가는 행정기관이 담당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이용자의 만족이나 경험이 시장 신호로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서비스의 질이 좋아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혁신을 해도 보상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시장 실패’라기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에 가깝습니다.

2. 사회복지는 왜 늘 ‘비용’으로만 인식될까?

복지지원금은 대부분 단년도 기준으로 편성되고, 성과는 단기·정량 지표로 평가됩니다. 예방, 관계 형성, 삶의 질 개선과 같은 효과는 숫자로 환산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는 ‘미래 비용을 줄이는 투자’가 아니라, ‘현재 지출되는 비용’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투자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기 어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문제는 사회복지의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를 설명하는 언어가 시장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3. 사회복지 전공자와 현장이 창업을 불편해하고 어려운 이유

사회복지 창업이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제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현장과 전공자 내부의 문화적 요인도 큽니다.
 첫째, 이윤 추구 = 윤리적 타협이라는 인식
 둘째,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공공 중심 문화
 셋재, 시장·재무·모델링에 대한 교육 부족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업이  ‘도전’이 아니라 ‘일탈’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제도 하나만으로 충분했다면, 지금의 복지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조건들

사회복지 창업이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공공 구매와 위탁의 진화: 단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문제 해결 성과에 대한 보상
• 성과 기반 보상 구조: 결과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
• 지역 기반 소규모 실험: 대규모 제도 이전의 파일럿 모델
• 대학과 중간조직의 역할: 창업과 제도 사이의 완충지대 제공
이는 사회복지 창업이 ‘제도 밖의 대안’이 아니라, 제도를 진화시키는 실험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5. 실패의 이유를 알면, 시작점이 보인다.

사회복지 문제가 시장에서 실패해 온 이유를 이해하면, 어디서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지도 분명해집니다.
문제는 사회복지가 비즈니스가 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들어진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을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더 많은 창업이 아니라,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지, 어떤 성과가 보상되는지, 실패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논의를 바탕으로, 왜 ‘돌봄’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거대한 사회복지 창업 영역이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